조운글방

김용택 - 산 (山)

오바라 2008. 11. 21. 08:16
       
      김용택 - 산 (山)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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