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읽는 글

이열모 / 남설악 설봉 아침에 읽는 글 [명예를 날리려 하면] 若身布施 欲揚名譽 약신포시 욕양명예 會人虛飾 非入淨定 회인허식 비입정정 말로는 믿음으로 보시한다 하며 제 명예를 드날리려 하거나 다른 사람 겉치레에 맞추려 하면 그것은 깨끗한 정(定)에 들지 못한다. <法句經-塵垢品> [겨울의 끝] 글: 강윤후 송사도 답사도 없이 졸업식은 끝났다 학생 다섯이 마져 떠나자 校舍는 실신한 듯 비틀거렸다 밀물에 허물어지는 모래 언덕처럼 그나마 재잘대던 교실 하나 영영 침묵 속에 잠기고 조무래기들이 여섯 해를 밟아도 어딘가 발길 닿지 않은 데가 남아 있을 운동장은 겨울 바람의 손길에 한결 넓게 펴지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어 길기만 한 복도를 지나 다시 교실로 들어서자 유리창을 넘어온 햇살이 실내화 갈아신고 단정하게 출석 부르기를 기다렸고 나는 서둘러 담배를 피워야 했다 세월의 흠집 깊은 책상 사이를 서성이다가 문득 은밀한 약속처럼 양복 주머니에 고이 접어 감춰둔 大處(대처)로 난 발령장 펼쳐드는데 서슴없이 막아서는 겨울 들판 몽당연필처럼 막혀 있는 벼뿌리들만 촘촘하게 견디고 있었다 * 강윤후 1962년 6월 18일 서울에서 태어남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1991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옴 현재 대전 중경공업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 시집 [다시 쓸쓸한 날에] (문학과지성사 1995) ♣ [아침에 읽는 글]에 올리는 글과 그림, 음악들은 저작권자와 사전 동의 없이 올렸습니다.. 저작권자님들께서는 노여워 마시고.. [아침에 읽는 글]을 이쁘게 봐주세요.. ♣ [아침에 읽는 글]에 오류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수정 하겠습니다.. Heal the World(세상을 고쳐봐요) - Michael Jackson